posted by 국공마 2019. 12. 27. 01:30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확대…예비수험생들 "일찌감치 수능에 올인"
내신·수능·비교과 '新죽음의 트라이앵글'…미래형 수능에 논술 사교육 확대 우려



시험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 입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이 70%대에 달하는 마지막 대입이 될 전망이다.

그다음 해인 2022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이 40%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수능이 공정하다고 보는 학생·학부모들은 선택 폭이 넓어진다며 반기지만, 교육계에서는 학교 수업 파행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은 수시모집 비율이 77.0%, 정시모집 비율이 23.0%다.

현재 학종으로 발전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2007년 51.5%였던 수시 비중은 올해 고3이 치른 2020학년도 대입에서 77.3%로 역대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이른바 '학종 전성시대'는 내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입제도 공정성을 높이고자 수시 비중을 축소하고 수능 위주 정시 선발 인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올리겠다면서, 이를 2023학년도에 완료하되 2022학년도에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수시 비율은 원칙적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 등으로 조정을 유도하면 대학은 거스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입시업계에서는 주요 대학이 대부분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율을 40% 안팎에 맞출 것으로 관측한다.

정시 비율이 늘어나고 수시 비중이 줄어들면 수능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수시모집에 지원했다가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못 맞춰서 탈락하는 '수시 이월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평균 3∼4% 수준인 수시 이월 인원이 5% 이상으로 늘어나면, 명목상 정시 비율이 40%라고 해도 실제로는 정시로 모집된 비율이 45∼50%가 된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2022학년도부터 '정·수시 반반' 시대가 열린다고 보고 있다.


대입 정시 확대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학종 비중이 70%를 훌쩍 넘는 동안 수능은 '패자부활전' 취급을 당해왔다. 그러나 내년 고1·고2부터는 수능도 학종만큼 중요해진다.

아예 고 1∼2학년 때부터 수능 준비에 '올인'하겠다는 학생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에 사는 학부모 정모(45)씨는 "아들이 내년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는데 중학교 때 반에서 10위권이었다"면서 "학종까지 준비해봤자 이것저것 챙기느라 힘만 빼고 돈만 쓸 것 같아서, 일찌감치 종합학원을 보내 수능만 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걱정이 많다.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이 컸던 덕에 발표·토론이 중요해지고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는데, 다시 수능 비중이 늘어나면 문제 풀이·암기식 수업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정시 확대와 함께 학생부 비교과영역 대입 반영 축소가 발표된 것도 교사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비교과영역은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현재 중2가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정규교육 과정 이외에 동아리 활동, 교내 수상경력, 독서 활동 등 모든 비교과 활동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비교과영역 축소에 따라 대학들이 학종 대신 내신 위주의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내신 필기시험 비중이 커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능·내신 비중이 커지면 학생·학부모로부터 문제 풀이 또는 '족집게' 식의 수업을 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학교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상위권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는 과거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수능·논술)의 뒤를 잇는 '신(新)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수능·비교과)이 학생들을 죈다는 푸념도 나온다.

섣불리 수능에만 올인할 수 없으므로 우선 학종 준비를 하면서 내신과 수능까지 챙겨야 하는 최상위권에는 결국 정·수시 반반 시대가 '공정함'이 아니라 '이중고'로 다가온다.

고1 학부모 박모(44)씨는 "'3당4락(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은 옛말인 줄 알았는데, 정부 발표를 보니까 고3 때는 정·수시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잘 시간이 없을 것 같더라"라면서 "그렇다고 학종·수능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도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육부 "새 수능체계 마련하겠다" (CG)
[연합뉴스TV 제공]

전문가들은 변별력을 부여하느라 학교 수업과 동떨어지게 된 수능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한 입시 전문가는 "수능이 한날한시에 보는 시험이라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일반 학교 수업만 듣고는 만점을 받기 어려운 시험"이라면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가르는 기능만 할 뿐 교육적인 기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우선은 현행 수능과 학종이 두 축을 이루는 정·수시 반반 체제를 유지한 다음, 2025학년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이에 맞춰 2028학년도부터 새로운 대입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을 보완할 수 있는 논·서술형 문제나 다른 부분 평가 등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수능체계 안을 2021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청와대는 10월 당·정·청 협의회에서 수능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2028학년도 대입에 대한 구상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논·서술형 문제는 학교 수업만으로 준비하기가 더 어렵다는 우려와 함께 학부모 불안감을 이용한 초등학생 논술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